선교이야기

선교 200년 미얀마 잠든 성령을 깨운다

육종균 2014. 9. 1. 21:28

[미션 르포] 선교 200년 미얀마 잠든 성령을 깨운다 기사의 사진
새 센터가 한창 공사 중인 GFM. 말씀에 늘 목말랐던 미얀마 교역자 등이 한국 생터성경사역원 주최 ‘어? 성경이 읽어지네’ 강좌에 참석, 1주일간 집중 교육을 받았다.

 

 

몽윈몽, 몽탄소, 몽몽틴, 몽몽탄, 몽에몽.

방언이 아닙니다. 1970년대 우리나라 축국 국가대표팀을 괴롭혔던 아시아 축구 강국 버마(현 미얀마) 대표 선수들 이름입니다. 몽윈몽은 당시 이회택(전 국가대표 감독) 버금가는 스트라이커였습니다. 버마는 그 무렵 우리보다 축구도 잘하고 국민소득도 3배가량 높은 동남아시아 강국이었습니다. 동아시아 강국이 필리핀과 버마였지요. 그 무렵 싱가포르 총리 리콴유가 자국 국민에게 “버마만큼 잘살게 해주겠다”고 했을 정도입니다. 그랬던 나라가 2014년 1인당 국민소득이 1400여 달러에 불과합니다. 우리가 2만4000여 달러라고 하지요. 참 ‘몽’은 청년을 뜻한다고 하는데 무지했던 우리는 몽씨가 많은 나라로 착각했었지요.

미얀마는 인구 6100만명, 면적은 남한의 7배입니다. 미전도 불교 국가이고요. ‘미전도’라는 말에 거부감이 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1970년대 한국보다 부자… 축구 강국

이 미얀마를 지난 17∼23일 다녀왔습니다. ‘어? 성경이 읽어지네!(약칭 어성경)’의 저자 이애실(60) 사모, 그리고 그의 부군인 이순근(60·생터성경사역원) 목사 등과 함께였습니다. 미얀마 현지 목회자 및 한국인 선교사 등을 대상으로 한 일주일간의 성경강좌를 위한 선교여행이었습니다. 두 분과 사역원 소속 동남아·대구·전주 지부 목회자 4명도 함께했습니다.

불교 국가 미얀마에 성경을 들고 복음을 전하는 것 자체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미얀마는 1961년 이래 군사정권이 계속됐고 그런 가운데서도 노벨평화상 수상자 아웅산 수치 여사가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으로 남은 곳입니다. 북한처럼 ‘21세기 금단의 땅’이었습니다. 미얀마는 2011년 군부가 국민의 민주화 요구에 굴복하면서 부분적 개방화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이곳 외국 선교사들은 70일에 한 번씩 무조건 미얀마 땅을 떠났다가 다시 들어가야 하는 비자 제한 국가입니다.

미얀마 기독교 인구는 소수 친족과 카친족 중심의 280여만명과 주종족 버마족 1만5000여명에 지나지 않습니다. 친족과 카친족은 미얀마 135개 종족 가운데서도 천대받는 종족이니 그만큼 신앙에 대한 박해도 심하다고 하겠습니다. 크리스천은 곧 그 사회의 마이너 리그인 셈입니다.

18일 미얀마 경제수도 양곤 시내에서 자동차로 30∼40분 거리에 위치한 ‘그레이스 패밀리 미션(GFM)’을 찾았습니다. GFM는 14년 전 미얀마 선교에 나선 이동현(44) 선교사가 양곤 외곽의 논을 매입해 설립한 선교센터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날 35도에 육박하는 날씨임에도 미얀마 교역자 등이 ‘어성경’ 강의를 듣기 위해 GFM 강의실을 꽉 메웠습니다. 강의실 밖에서는 초중고생들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말씀을 듣습니다. 이 학생들은 미얀마 국경 소수민족 자녀들로, 종족 간 내전 피해 등으로 발생한 고아가 대부분입니다. 우리가 가난했던 시절, 서양 선교사 등이 양육과 교육을 책임졌던 때를 떠올리시면 됩니다. 한국인 선교사에 의해 문명의 혜택과 교육 기회를 제공받고 있는 것이지요.

이날 이애실 주강사는 “미얀마 현지 사역자를 통한 체계적인 복음 전달은 흔들리지 않는 기초를 쌓은 신앙인을 만들고, 그 신앙인은 동남아 미전도 종족에 구원의 정병들이 될 것”이라며 “이처럼 말씀에 갈급한 사역자를 위한 복음 현장에 우리가 온 것이 어찌 인간의 힘만으로 다 되겠느냐”고 말했습니다.



복음에 목말라하는, 60∼70년대 한국

‘어성경’은 신구약을 그림으로 보여주듯 쉽게 알려주는 책으로 우리시대의 스테디셀러입니다. 신앙교육의 커리큘럼으로 자리 잡았지요. 따라서 이번 양곤 강좌는 검증된 교재를 가지고 해외 선교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시도하는 사역의 일환이기도 합니다. 실제 이 기간에 GFM과 생터성경사역원이 MOU를 체결, ‘어성경’ 동남아지부를 GFM 안에 두는 현판식을 갖기도 했습니다.

이런 사역의 배경을 현지 목회자들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저 멀리 극동 한국에서 온 목회자들이 부채 하나로 더위를 이기며 성경 공부의 노하우를 전해주는 것에 대해 그저 감사하며 아멘으로 화답합니다. 이애실 사모 외에도 박태윤 정봉철 류성모 김동준 목사 등이 50여명의 미얀마 교역자 등에게 일주일간 영의 양식을 제공했습니다. 류 목사는 “가르치는 내가 되레 은혜를 받았다”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가난을 겪으며 복음에 목말랐던 시절을 살아온 분들이기 때문에 그 절절함이 더해져 강단에 서면 눈물을 훔치곤 하는 거지요.

이 강좌 과정을 마친 마윙마린(35·양곤 인젠시 새생명어린이집 원장)씨는 “일주일간의 성경 공부를 통해 성경적 세계관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며 “성경의 지명이나 이름, 시대적 배경 등을 이해 못해 그저 외우기에 급급했는데 강좌를 듣고 그 흐름을 제대로 알 수 있었다”고 기뻐했습니다. 그녀는 한국인 조은길(63) 선교사가 세운 어린이집에서 일하는데 조 선교사가 권해 매일 오전 10시∼오후 5시 집중 교육을 받았습니다.

GFM은 한국의 개신교 초기 선교사 지원을 받아 설립된 미션스쿨 탄생 과정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습니다. 이번 특강에서 GFM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이 또랑또랑한 눈으로 통역자의 말을 귀담아 들으며 필기하는 것을 보고 우리의 초기 신학생들이 이랬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열악하기 짝이 없는 환경이나 그들에겐 복음과 신학문을 배우는 믿음의 성소인 셈입니다. “이들이 훗날 신학생이 될 것이며, 미얀마의 크리스천 리더가 될 것”이라고 이순근 목사가 축복 기도를 했습니다.

‘어성경’ 강좌는 양곤 시내 미얀마한인교회(신우영·황범선 목사) 대예배당에서도 동시에 이뤄졌습니다. 양곤 시내 다른 한인교회 교인과 선교사 등이 참석한 강좌였습니다. 이애실 사모, 김강현 목사(생터성경사역원 본부장)가 이끌었습니다.



‘성경이 읽어지네!’ 강좌 통한 성경 공부

이나영(가명·43) 집사는 “성경을 순서별로 여러 번 읽었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었는데 이번에 통사적 시각으로 공부하게 되니 비로소 알겠더라”며 스스로를 자랑스러워했습니다.

미얀마는 200여년 전 선교가 시작됐습니다. 그러나 군부독재 등으로 복음이 정체됐습니다. 다행인 것은 우리가 선교사들의 노고를 이어받아 교육과 의료·복지에 힘써 오늘에 이르렀듯 그들의 미래가 밝습니다. 복음은 민족의 개념이 아니고 하나님 백성의 개념임을 이번 선교여행을 통해 새삼 느낍니다.

또 미얀마 사람들의 몸에 밴 자비가 예수의 사랑과 결코 다른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래서 복음이 땅 끝까지 퍼지는 거고요.

양곤(미얀마)=글·사진 전정희 선임기자 jhjeon@kmib.co.kr